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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베동

/ 육아고민

시댁와서 3일째 잠이 안 온다.

아기 백일 맞아서 시댁 와 있는데 잠도 안 오고 이런저런 생각하다 대나무 숲 삼아 쓴다. 남편과 나는 백일을 맞아 엄청난 걸 할 생각은 없었다. 욕심같아선 뭐든 해주고 싶지만 육아를 해보니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이며 남과 비교하면 끝도 없음을 깨달았달까. 나는 백일상차림을 해주고 싶었지만 남편은 그냥 돌 때 빡세게 잘 해주자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었다. 친정 시댁 모두 멀어 양가부모님 모시고 식사는 커녕 집에서 셀프 촬영정도만 하려고 했었다.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양가에 액자를 선물드릴까? 정도 생각했었다. 어머님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무지 원하셨다. 남편이 외동이라 그런가. 처음 인사 드리러 갔을 때도 이제 00살이면 오늘 낳아도 늦은 나이 아니냐며 돌직구 시전하신 게 잊혀지질 않는다. 역시나 아기가 태어나고 걱정과 간섭의 위험한 출타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영상통화 할 때마다 꼭 육아관련해서 피드백을 하셨다. 안고있지 마라 버릇된다, 애는 울면 무조건 젖 물리면 된다, 다리 마사지는 꼭 해줘라, 거봐 아기 낳으니 얼마나 좋냐 좋지? 좋지?? 등등. 백일이 가까워지자 우리가 시댁에 오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셨고 나는 솔직히 조부모님 중 친정 아빠만 아직 한 번도 아기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아빠한테는 꼭 보여주고 싶어 가기로 결심했다. 시댁에 가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자마자 어머님은 더욱 자주 연락하셨다. 하루는 시댁 동네에 백일떡을 직접 돌리시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솔직히 싫었다. 나도 시골사람이지만 시댁 동네 떡집은 떡집이 아니라 방앗간에 가까워 한 판 만들어 툭툭 썰어 비닐포장할 게 뻔히 보였다. 적어도 내 아기의 백일떡을 그렇게 돌리고 싶진 않았다. 기분 상하시지 않게 여기서 떡을 맞춰, 가지고 내려가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알겠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남편한테 전화하셔서 정확히 언제 내려오냐 가져오면 떡이 굳거나 상하지 않겠느냐며 설득하셨고 남편은 역시나 그래 요즘 날이 덥긴해 하며 결국 나는 나대로(친정 식구 드릴 만큼)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떡을 맞췄다. 내려오기 3일 전, 더운 날씨에 아기랑 남편이랑 셋이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님한테 전화가 왔다. 백일 사진은 찍었냐고 하셔서 안 찍었고 셀프로 남기려고 한다고 했더니 “이런 씨, 야 사진을 왜 안 찍니!” 로 시작해 남편도 한복입혀 백일 사진 찍었다시며 당장 찍어서 액자 만들어서 내려오라셨다. 셀프로 찍겠다는데도 그게 뭐냐고 제대로 찍어야지 하시는데 할 말을 잃었고, 듣다보니 내가 엄마로서 너무 안 챙겨주나 사진 당장 알아봐야되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스튜디오 예약도 안되고 액자 못 만든다고 하니 그럼 내려와서라도 찍으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나는 참지 않고 남편에게 통화내용을 모두 전달했다. 남편은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정한대로 하면된다고 했다. 부모는 우리니까. 백일 하루 전 도착해 남편이 시댁 동네 어르신들께 떡을 돌렸다. 실제로 떡을 보니 역시나 무심하게 자른 백설기 위에 ‘모’자를 뒤집어놓은 듯한 ‘百’자, 우리 아기는 아들인데 예쁜 핑크색으로 올려져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께선 얼마만에 보는 백일떡이냐며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와 기쁘게 축하해주셨고 빈 손으로 오시지도 않았다. 어머님은 무슨 이런 걸 다~ 하시며 집집마다 가져온 봉투 속 금액과 출처, 선물을 메모하셨다. 다 빚이고 나중에 갚아야되는 거라며. 나는 이미 속이 꼬일대로 꼬였었는지 이 쯤 되니 안 주고 안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빚을 져가면서까지 하시는지 이해도 안 됐고 다 이 모든 게 다 어머님의 욕심 같았다. 그제 밤은 아기가 새벽에 크게 보채자 배고픈 거 아니냐고 우유 주던지 젖 물리고 빨리 재우라시는데 속이 탔다. 아 식당에서 아기 울 때 눈치보는 부모의 맘이 이런 건가. 우린 새벽 수유는 끊고 있었고 가끔 정말 힘들게 보채면 내 젖을 물린다. 어머님은 본인 보는 앞에서 내가 젖을 물려야 방을 나가주실 기세로 뭐라하셨다. 결국 남편이 내가 안아서 재울테니 그만 나가 주무시라고 해 나가주셨고 그제야 내가 젖을 물려 재웠다. 백일 당일은 어머님이 아침부터 시장에 나가 케이크와 숫자초, 고깔까지 샀으니 저녁에 다같이 모여 축하하자고 하셨다. 순수하게 감사하고 송구했다. 우린 지난 밤의 여파로 오후 두 시까지 정신 못 차리고 잤기 때문에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 했다. 전 날이라도 나가서 사올 걸 하는 후회도 했다. 그 날 저녁 아기가 낮잠이 깊게 들어 깨지 않자 파티 해야되는데 왜 이렇게 자냐며 결국 아기를 깨워 어설프지만 사진을 남겼다. 부모가 해야되는 걸 조부모님이라도 챙겨주시니 그래도 감사했다. 나는 또 형편없는 부모구나 생각하면서. 오늘은 시댁 근처에 어머님 동생 내외분(삼촌, 외숙모)이 사시는데 저녁식사를 초대해주셔서 다함께 저녁을 먹었다. 어머님께서 봐주신다고 하셔서 한참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기를 안아 놀아주신다고 거실에 있는 85인치 TV를 가리키며 연신 저거 봐봐~ 너네 집엔 저런 게 없지? 하시는데 아 이건 내가 내려놔야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아기는 신기한 지 눈을 떼지 못 했으니. 우리는 TV를 보지 않아 신혼 때 부터 들이지 않았다. 특히 미디어는 24개월 전까지는 되도록 영상통화 외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몇 안되는 육아방침의 하나로 두고 있었는데 그 영역까지 이렇게 쉽게 박살나고 나니 전의를 상실했달까 그야말로 망연자실. 졸지에 TV도 없는 집이 된 건 덤. 우린 시댁과 친정이 신혼집에서는 멀지만 서로는 가까워 한 번 내려가면 같은 일수로 머물다 오는 게 우리의 암묵적인 룰이다. 오늘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친정을 원래 가기로 한 다음 날 일찍 가자고 해서 왜냐고 되물으니 저녁에 가는 거 보다 점심 맞춰서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는데 반론할 힘도 없어 서운했지만 지금 상태라면 무조건 싸울 걸 알기에 그냥 알겠다고 했다. 오늘 낮에 엄마한테 아기 사진 좀 보내달라고 카톡이 왔다. 멀리 있음 모를까 지척에 있다 생각하니 더 보고 싶다고. 친정부모 없이 보낸 백일 파티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많이 컷네, 이쁘다 보고싶다, 응 00일 갈게 좀만 참아! 라고 했는데 그 다음 날 간다고 하면 또 얼마나 보고 싶어하실까. 어머님한테는 아기한테 무심하고 챙길 줄 모르는 육아 초보 며느리, 엄마한텐 보고싶은 맘 헤아릴 줄도 모르는 매정한 큰 딸. 나는 늘 비를 몰고 다니는데 지금도 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댓글

13

  1. 필력이 대단하세요!

  2.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ㅠㅠ 글만 봐도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서러우셨을지 알 것 같아요 그치만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니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좀 더 강하게 아니요! 라고 말해야 이해를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이를 결국 계속 키우는건 부모지 조부모가 아니잖아요? 속상하시겠지만 힘내세요 🫶🏻

  1. 저도 그 맘 이해해요..ㅠㅠㅠ출산하고 정신도 하나 없고 작은거 하나에도 서운해지는데 시댁에서 하는 말들을 계속 곱씹어보게 되죠..ㅠㅠ저도 처음엔 그저 네네 했었는데 제가 말을 안하면 남편조차 제가 기분나쁜걸 모르길래 저도 이젠 티내요 그냥 어른들이니 너무 버릇없게는 하면 안되겠지만 아닌건 아닌거라고 똑부러지게 말해야 며느리 어려운줄도 아시더라구요 힘내세요!

  2. 참 어렵죠 ㅠㅠ 전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제 마음이 더편한 걸 택해요. 첨엔 거절하는게 더 마음이 불편했는데, 계속 후회하고 결국 속앓이 하는게 저더라구요..ㅎ 이젠 웃으면서 할말 다 하는 며느리 스탠스를 취하고 있네요..ㅠ 그래도 가끔? 너무 단호했나 싶을때면 다른 방법으로 풀어드리려규요..ㅋㅋㅋㅋ큐ㅠㅠ 모든 며느리들 화이팅....!

  3. 육아엔 정답 없습니다. 다만 사랑으로 키우는 부모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백일 안챙겨줬습니다 ㅎ 사진도 인생네컷으로 끝냈는걸요..? 그게 왜요? 전 너무 행복한데 ㅎㅎ 부모가 행복하면 아기도 행복합니다. 너무 어머님말에 상처받지않으시길바래요 ㅠㅠ 어르신들은 저희가 키울때와 너무 다른 세상이라 ㅎㅎㅎ 말이 잘 안통하더라구요 ㅎㅎ 그럴땐 그냥 우리의 신념을 내려놓을수밖에 없는것같아요ㅠㅠㅠ 그리고 시댁에서 듣기싫은 말들은 그냥 모두 흘려듣는연습을 하세요ㅠㅠ 비교하면서 본인을 깎지마시구 감사한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외로는 그냥 흘리세요!!!!! 오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 힘내세요! 굳건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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